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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에게 수당과 보험을…
 
이순복   기사입력  2019/08/18 [17:54]
▲ 이순복 논설위원     ©

오래간만에 고향에 갔다. 내가 살던 고향은 봄이면 이화(梨花)도화(桃花)앵화(櫻花)가 흐드러지게 피던 남쪽 바다가의 마을이다.


제주도가 직선거리로 가장 가깝다 해서 광케이블이 그곳을 통과해서 서울로 달린다. 예전에는 35가구가 살았으나 지금은 7가구에만 노인이 살고 있다. 70세가 넘은 노인들이다. 남자가 2명 여자가 5명이다. 얼굴이 검고 허리가 휘어지고 얼굴에 검버섯이 덕지덕지 피었다. 이분들은 날씨가 무더워서 초복부터 마을 회관에서 지낸다고 했다. 다들 객지에 자식들이 있건만 그들도 자기 살기에 바빠서 노인들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 끼리끼리 의지하며 산다고 했다. 노인들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짓는다. 비록 남의 손을 빌어서 하는 농사지만 벼, 고추, 마늘, 고구마, 감자, 무, 배추, 쪽파, 들깨, 참깨와 토마토 가지와 같은 고등채소도 가꾸어 도회의 자식들에게 주고 이웃끼리 나누어 먹는다.


강산이 산업화로 찌들어 제비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는 내 고향 들녘은 올해도 어김없이 논에는 물이 가득 가득 담겨져서 실하게 벼가 자라고 있었다. 논에 담수를 한다는 것은 자연생태계를 안정시키는데 크게 도움을 준다고 한다. 밭에도 비워둔 곳 없이 여러 가지 작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노인들이 어렵지만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외국 농산물을 값싸게 살 수 있다하니 이 또한 경제적 측면의 생태계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된다. 노인들이 생산하는 하찮게 여기는 적은 농산물이지만 이것을 생산하지 않으면 다국적기업 바이어들의 횡포(橫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 한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나 독일과 일본이 우리처럼 연초경작을 꾸준히 하는 것은 남모를 깊은 속사정이 있다. 건강에 나쁘다는 잎담배의 생산을 방기(放棄)해서 포기(抛棄)해 버린다면 그 뒤에 찾아올 결과는 재앙(災殃)에 비견(比肩)될 정도로 너무나도 가혹하다고 한다. 그 가혹(苛酷)함이란 어차피 누군가는 담배를 끽연(喫煙)해야 하는데 이것을 전량수입에 의존하게 된다면 그 또한 바이어들의 횡포(橫暴) 때문에 엄청난 자금(資金)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생채기를 입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측면에서 고찰해 볼 때 비록 영세한 농업이지만 농업인들이 우리 농촌에서 생산기반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1960~70년대와 같은 곡물 파동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기억하기도 싫은 그때의 기근(饑饉)은 천정부지로 농산물 값이 뛰어 굶주려야 했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아사자(餓死者)의 발생을 막는데 총력을 기우렸다. 그런 무자비한 농산물 파동은 지금은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반도체로 외화 획득이 용이하고 농촌에서 노인들이 농토를 가꾸며 지켜주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은 wto협정 때 이미 다국적 기업들의 입을 통하여 증명된 사실이고 fta협정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이제 정부는 농업인의 생계안정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울 때이다. 우리는 지금 소위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30~50클럽에 안착(安着)한 부강한 나라이다. 이것이 무엇인가 하니 1인당 국민소득이 3만$이고 인구가 5천만 명이 넘는 나라라는 말이다. 이런 부강한 나라가 우리가 사는 자랑된 대한민국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주둔비용을 두고 흘리는 말인 부자 나라 대한민국인 것이다. 그러니 만큼 우리 모든 국민이 하나 같이 들고 일어나 우리 농촌에 청년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살 수 있는 살폭진  환경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고무적(鼓舞的)인 것은 요즘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더러 있다. 그들에게 적당히 비가 내려서 저수지에 물이 가득차면 온갖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되듯이 그런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은 자연적으로 그저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발 벗고 나설 때 가능한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는 개방농업정책을 시행해 왔다. 자동차와 TV 그리고 반도체를 만들어 수출하는 데만 힘을 쏟았다. 쌀은 그렇게 번 돈으로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는 인식을 깊게 가졌다. 하지만 그 결과 농촌은 돌이킬 수 없게 황폐해지고 말았다. 아이들도 태어나지 않는다. 찾아오는 사람들도 사라졌다. 청년이 농사를 지으면 장가를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어쩌다가 외국여인을 구해서 짝을 맺는 형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에는 아직 희망은 있다. 만약 농산물이 제 가치를 인정받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실현된다면 그 자체로도 국가 경쟁력이 보장되며 농촌에 희망의 불씨가 살아 남게 되는 것이다. 농업이 살아야 사회가 안정되고 우리에게 미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업인수당과 농민안전보험을 주장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 할 때라고 생각한다.

 
농업인 수당도 긴급을 요하지만 전북 임실군은 2018년부터 농민들의 보험가입을 위해 농업인 부담금 일부를 지원해서 성공하였다. 임실군은 농사일을 하다가 발생되는 신체상해보상과 산재보험가입대상에서 제외된 농업인을 이 보험을 통하여 보호하기로 했다. 임실군에 따르면 농업인 안전보험은 50% 보험료를 정부가 지원하고 50%를 농가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그 중 국비는 농가부담금 중 50%를 도비와 군비를 지원해 농업인의 부담을 최소화하였다. 지원대상자는 만15세 이상 84세미만 영농에 종사하는 농업인으로 NH농협생명보험 전북지역총국 및 지역농협에 문의해 가입하게 했다. 기본형 보험료는 7만4900원으로 깊이 드려다 보면 국비 50%의 3만7450원과 도ㆍ군비 25%의 1만9120원을 지원된다. 그러니까 농가의 순수 부담금은 1만8330원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고 농업인들 우대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라.’


농업이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생명 산업이다.농업인 스스로도 농업의 가치를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적으로 바꾸는 유기농업에 전념해야 한다. 그리하여 실속 있는 제대로 된 유기농업을 보편화하고 유기농업을 확실하게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농업인에게 농민보험과 농업인수당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알기로 현재 전남 해남군에서 시행되고 있는 농민수당을 보면 액수는 비록 월 10만 원에 불과하지만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이 농업인의 사기 진작에 크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농업인으로써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


부연(敷衍) 설명하자면 임실군이나 해남군이 실시하고 있는 농업인 보험과 수당은 의미가 크다. 솔직히 아직은 부족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던가. 두 군에서 시행하는 농업인 보호제도를 씨앗의 개념에서 지지와 찬동을 보낸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우리사회가 인정하는 본보기라서 그렇다. 농업을 중시하고 보험과 수당을 챙겨주는 것 자체가 진실로 중요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농업인에게 수당을 지급할 경우 상공업인과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상공인을 역차별 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일 것이다. 하지만  농업인수당 문제를 놓고 농민과 소상공인이 서로 배척하고 싸우게 된다면 중구난방(衆口難防)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기에 일에는 선후가 있고 서로의 토론을 통하여 동의를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 요즘은 국가 차원에서도 아동수당이나 육아수당, 청년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이 같은 수당은 인민들의 동의로 이루어졌다. 농업인수당도 소상공인 수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본란에서는 우선 농업인의 처우개선의 문제만을 이야기 하기로 하자.


얼마 전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만 충남도의 농민수당 조례발의 시에는 시민단체와 민주노총이 함께 도와주었다. 이제 농업인은 노동자의 최저임금 개념과 철학을 공유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은 말기 암 환자에 비유될 수 있다. 너무나도 시급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오늘도 천국행 열차를 타고 떠나시는 노인들을 기억하며 우리의 농촌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진정 애달픈 일이지만 이제 이대로 농촌을 방치해 버리면 머지않아 적막(寂寞)강산(江山)이 되고 말 것이다. 들개와 고양이의 천국이 되고 말 것이다.


‘응급처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할 농촌이다.’


외과명의 이국종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응급처치는 황금시간대를 놓치면 헛일이라 했다. 우리 농촌이 그런 소중한 황금시간대가 지나가기 전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마지막 처방은 농업인에게도 수당과 보험을 들어 주는 일이다. 그리고 귀촌 귀농이 이루어지는 농촌을 재건하는 일이다.


그래서 농업인에게 자긍심을 갖게 해 주고 광폭(廣幅)적인 안전망을 설치해 주면 귀촌 귀농의 긴 행렬이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런 날을 위하여 뜻을 같이 하자고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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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18 [17:54]   ⓒ 대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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