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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 화 점화 당골의 능력(3)
 
이순복   기사입력  2017/01/18 [09:27]

 그래서 그랬을까? 고공은 양의사와 당골이 함께 출산을 돕게 했다. 산실에서는 의사와 간호원이 산모를 돕고 있었다. 마당에서는 점화가 주관하는 굿판이 벌어졌다. 멍석을 깔고, 쌀 한말 퍼다 놓고, 촛불 밝히고, 수저를 실타래로 돌돌 말아 쌀 위에 꽂았다. 격식이 간단해서 좋았다. 그러나 무명 한 필을 매듭지어 긴 대나무 끝에 대롱대롱 메달아 놓았다. 드디어 살풀이 굿판이 벌어졌다.
 살풀이 라는 것은 사주에 안 좋은 기운이 있을 때 풀어내는 것이다. 무당이 굿을 하게 되면 귀신의 능력으로 과거 행적 몇 가지와 남자와 관계를 알 수 있다. 그것은 그 무당의 귀신 능력이 좋으면 잘 맞추어 내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무당이 예의를 알고 법도를 아는 사람이면 그런 막말을 사람들 앞에서 잘 하지 않습니다. 귀신을 실어서 말한다고 해도 자신의 정신이 또렷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살풀이 해주 이는 본인이 봤을 때 예의가 바른 사람인지 봐요. 만약, 살풀이 중간에 그런 얘기가 비치면 하지 말라는 무언의 얼굴 표정을 짓고 하지 말라고 머리를 흔들어요. 그러면 자제 할 것이오.
 이 모든 것이 두려우면 살풀이 하지 마시고 기도를 하면 된다. 살풀이 하지 않아도 기도 능력이 강한 사람은 기도로 가능하한 것이다.
 살풀이에서 살(殺)은 죽이다. 죽다. 라는 뜻이지만 사주나 무속과 관련해서는 귀신을 의미한다.
 가령 역마살, 도화살이 있어 하는 살풀이라면 역마라는 귀신, 도화라는 귀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살풀이란 귀신을 쫓아낸다거나, 귀신이 오지 못하게 한다거나 귀신의 힘을 무력화 한다는 등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귀신은 존재하지 않으니 살풀이는 공포심을 이용한 사기행각이라고 할 수 있으니 당신이 걱정하는 과거 남성과의 성관계에 대한 문제는... ?
 무당들은 대체로 텔레파시라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상대의 생각을 읽어내는 힘을 말하는 것으로 무당들은 이를 신이 알려주는 것이라고 하며 실제 무당들은 그렇게 믿고 있으니 신이 알려준다고 한 것이 거짓말은 아니다. 다만 진실이 아닐 뿐이다. 당신은 어떤 이유로 살풀이를 무당하게 하게 하거나 시어머니가 살풀이를 하면서 당신을 참석토록 하였다고 가정을 해보면 당신은 혹시 저 무당이 내 과거에 남성관계를 신기로 알아내고는 이를 누설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을 갖고 살풀이 현장에 임해 있다면 무당은 그 마음을 읽어낼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를 누설하는 것은 형법상 명예회손죄에 해당되는 범죄행위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야기가 장황하게 되었지만 명예훼손죄는 거짓말뿐만 아니라 사실이라도 본인이 감추고 싶어 하는 즉 타인들이 알게 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누설하여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가령 어느 여인인 윤락녀 생활을 하다 이를 숨기고 아무개와 결혼하여 살고 있는데 그녀의 과거 사실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말하기를
 “저 여자는 과거에 창녀노릇을 해왔다”
 라고 타인에게 누설하면 비록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는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거짓말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더 중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무당이 귀하의 과거를 알았다 하여도 이를 발설하지는 못할 것이며 만일 발설한다면 귀하는 그 무당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으며, 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 때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이 살풀이를 하려 하지도 않고 그런 곳에 참석하지도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깊이 생각해 보면 어차피 살풀이의 효과는 없으니까!
 이야기가 딴 방향으로 다소 흘렀다가 돌아 왔다. 아무튼 오늘날의 과학에 입각한 해설을 하다 보니 점화가 하는 일이 비하된 느낌이 있지만 사실 지금 만나는 이 자리의 점화무당의 위치는 진실로 분위기를 휘어잡고 사람들의 심리를 손아귀에 넣고 갈만큼 출중한 능력이 있었다. 그런 점화의 굿판이 시작되었다.
 구경꾼들은 고공의 식솔뿐이었다. 식솔은 자그마치 30명이 넘었다. 징소리를 내면서 살풀이는 시작되었다.    
 방안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진통이 심해진 모양이다. 산모의 신음소리와 당골의 징 소리가 어쩌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모는 그런 것에 정신 쓸 겨를이 없다. 20시간 가까운 산고의 진통이 계속되었다. 끊어졌다 다시 시작되는 진통의 연속은 생사의 기로를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후손을 본다는 일의 어려움을 실감나게 했다. 그러나 그런 고통도 이제 그 대장정의 꼭대기에서 마지막 힘 겨루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시계가 밤 11시를 알릴 때, 살풀이도 끝나가고 있었다. 그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무명베로 매듭을 지워놓은 고를 풀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말하여 기적이라 하는 것일까? 방안에서 의술을 발휘하는 의사의 속맘도 모른 체, 아이는 고가 풀린 그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고고의 성을 울렸다.
 “응아, 응아, 응아.”
 섧게 울면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밖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혀를 내어 둘렀다. 마지막 한 가닥 고가 풀어짐과 동시에 아이가 울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이렇게 영험할 수가...”
 사람들의 칭찬은 점화에게로 떨어졌다. 양의의 의술이 진 구렁으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딸아이가 태어났다는 말 때문이다. 고공의 바람은 곧 고공 댁 식솔 모두의 바람이 아닌가. 그런데 원하지도 않은 딸이 태어난 것이다. 그것도 다섯 번째의 딸이.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성한 사람도 견디기 힘겨운데 산모는 오죽했을까? 그러나 그렇게도 바라던 아들을 낳지 못했다.
 “공줍니다.”
 간호원의 그 야속한 말 한마디에 산모는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눈을 감아 버렸다.
 지난 세기에 부자들이 특히 아들을 많이 갖고자하는 열망은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 그래서 여기서는 좀 유별난 방향에서 남아 선호사상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강한 수컷이 더 많은 암컷을 차지하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그런 만큼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손 생산이 제한된 딸보다는 아들을 생산해 강한 수컷으로 키우는 게 투자 대비 효율 측면에서 올바른 선택이라는 주장이 있다. 반대로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을 경우엔 괜히 다른 수컷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아들보다는 다른 수컷과의 번식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는 딸을 낳는 쪽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몽골제국을 세운 징기스칸은 1000~2000명의 자녀를 뒀다는 기록이 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 그의 피를 물려받은 후손은 전 세계에 1,60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징기스칸이나 중세 아일랜드 이넬 왕조처럼 남자는 최대 2,000명까지 자식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자의 경우는 76년 평생(1707∼1782동안 총 69명의 자녀를 낳은 러시아 서부 슈야의 한 농부의 아내가 역사적으로 ‘최다산’ 기록을 갖고 있다.
 붉은 사슴과 코끼리, 바다물범, 고릴라 등 일부다처제 동물들도 최고 강한 수컷의 경우 수 백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반면 하위 계급에 있거나 체력이 약한 수컷은 짝짓기조차 못하고 죽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대기근 중에는 아들 출생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남녀 성비는 부모의 경제적 여유와 일정부분 상관있다.’
 이 가설은 여러 지지자들에 의해 입증된 것으로 1980년대 붉은사슴에 대한 연구 결과 지배적인 암컷이 수컷 새끼를 낳을 확률은 60%까지 치았다. 주머니쥐나 남미산 물쥐, 거미원숭이 또한 영양 상태나 좋은 서식 조건, 높은 서열일수록 수컷을 낳는 경우가 많았다는 보고이다. 
 중국의 1950년대 후반 대약진운동 실패로 굶어죽은 중국인이 4,500만 명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가설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었을까? 트리버스 지지자들은 중국의 ‘1가정, 1자녀’ 정책이 시행된 1958년 대약진정책 결과가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한다. 더글라스 알먼드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 연구팀은 ‘1가정, 1자녀’ 정책 시행 후 40년 동안의 중국 인구 성비 변화 추이를 조사했는데, 대기근이 극심했던 1960∼1963년 태어난 아기 성비는 여자 100명 당 남자 104명 수준이었다. 예상됐던 남아선호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은 데다 당시 세계 성비 평균(여자 100명 당 남자 109명)보다도 낮았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현대사회에서도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녀 성별을 자연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학 포유류연구센터 엘리사 캐머런 연구팀은 2009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억만장자 아버지가 아들을 낳을 확률은 65%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아무리 아들을 갖고자 한다 할지라도 인위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씨부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체력이 달린 고공이 아들을 얻기란 마음과 같지 않았음은 자연법칙의 결과로써 어찌 할 수 없는 숙명적인 것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딸이 태어났다는 말을 전해들은 고공은 앞뒤 생각지 않고 말하기를
 “또 딸이라. 허 허 딸이여. 아들을 보려고 별 지랄을 다 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닫고는 잠자리로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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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1/18 [09:27]   ⓒ 대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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