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골에 분에 넘치는 미인을 아내로 가진 사내가 있었다. 그는 아내를 누가 범하지 않을까 늘 걱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을 비우게 되었것다.
“여보. 집을 떠나려니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러니 당신 그 옥문, 살폭진 곳에 표시를 해 두고 가면 어떻겠소.”
“당신은 그리 내가 좋소. 당신 마음껏 직성이 풀리고, 마음이 놓이게 표시를 잘 해 두고 가시오.”
부부가 하는 말이 곡조가 잘 맞았다. 그래서 그는 아내의 옥문에 꽃사슴을 한 마리 그려 두고 집을 떠났다.
그런데 이웃에 사는 총각놈이 이때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 기회를 놓칠세라. 주인이 없는 그날 밤 미인을 찾아와 수작을 놓았다. 그러자 미인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주인이 거기다가 표시를 해 두고 가서 건드릴 수가 없어요.”
“무시기 표신데 그러셔요. 어디 보기나 한 번 합시다.”
“그렇담, 표시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살짝 보시구랴.”
이들은 수작이 잘 맞게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비밀한 곳을 보여 주었다.
“하하, 아주머니 아무것도 아니어라. 이것 써 먹고 다시 그려두면 감쪽같을 거요. 꽃사슴을 그렸네 그려.”
“감쪽같이 못 알아보게 다시 그릴 수가 있다고요.”
이들 남녀는 이런 개수작을 부리더니 얼씨구 좋다 운우지락을 즐기고는 꽃사슴을 그려 넣었던 것이다.
며칠 후, 남편이 돌아와 제일 먼저 꽃사슴의 안위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무슨 조화란 말인가 자기가 그린 사슴은 누운 사슴인데 벌떡 일어서 있지 않는가 말이다.
“여보, 왜? 사슴이 일어서 있다 요? 나는 누운 사슴을 그렸는데...”
“아이구, 이 양반아, 사슴이 누웠기가 지루하니 일어섰겠지요.”
“그렇담 누운 뿔을 그렸는데 뿔이 일어섰으니 이 일은 웬일일까요?”
“하아, 몸이 일어서면 뿔도 일어서는 법을 왜서 모르시오,”
“아하, 참, 그렇겠네요. 당신은 가히 모든 물리에 다 통한 모양인가 벼.”
아내를 칭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