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벌기로 소문난 중개인이 돈자루를 매고 유명짜 붙은 도둑들의 곁을 지나게 되었다. 그러자 사기꾼 도사가 자기들 동료에게 말했다.
“나 혼자서 저 걸 훔칠 수 있거 든.”
“어떻게?”
“글시, 보고 구경이나 혀.”
사기도사는 그렇게 말하고 중개인을 따라갔다. 그런 줄도 모르고 중개인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돈을 시렁위에 올려두고 불이나케 측간으로 행차를 하신다. 도둑은 이 틈을 이용하여 의기양양하게 돈자루를 훔쳐서 동료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왔다.
“희야, 늬 재주가 참으로 용하구나.”
동료들은 돈자루를 보고 감탄하여 자초지종을 물으니 여차저차 했다고 답하자
“중개인이 돈자루가 없어진 것을 알면 그 댁 식모는 탈이 날거다. 매를 맞거나 혼이 날 텐데... 그걸 막을 방도는 없겠니?”
“그거야 아주 쉬운 일이지. 나 시방 그 일 해결하려 간다.”
말하고 가보니 식모를 족치고 있었다. 도사는 아주 의젓하게 중개인을 부르는데
“이리 오너라. 거 누구 없느냐?” “누구야, 남의 집 불이 났는데 키질하는 거냐.”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오는데 도사는 침착하게 착 가라ㅣ앉은 목소리로
“거래관계로 찾아온 사람이요.”
“무슨 볼 일이 있어 왔다고요?”
“우리 주인께서 당신이 돈자루를 두고 갔으니 갖다드리라고 해서 왔습니다.”
도사는 돈자루를 꺼내어 중개인에게 보였다.
“내 돈자루가... 틀림없는 내 돈자루가... 아이구 고마워라.”
그는 손을 내어 밀고 돈자루를 곧장 받으려 하는데 도둑 사기도사께서 가로데
“아니 올씨다. 이것은 받았다는 증서를 써 주신 뒤에 드려야지요. 당신의 손으로 쓰고 도장 찍고 봉인한 증서를 주셔야지 내 주인이 믿을 겁니다.”
중개인은 급한 마음에 앞뒤 재지 않고 증서를 쓰려고 안으로 들어가니 도사는 빠이빠이를 외치며 달아났다. 그러나 식모는 도둑 누명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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