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검사와 결과 발표를 책임지고 있는 보건당국이 확진 환자 통계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됨은 물론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강남의 한 대형병원 의료진의 사례다.
이날 오전 해당 병원의 외과 임상강사 P(36)씨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메르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아 국가지정 격리병원에 전원 됐으나, 본부는 이틀이 지난 4일 오전에서야 P씨의 확진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확진 환자를 파악하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확진 발표를 한 셈인데, 이는 정부 발표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축소 발표 의혹을 제기된 3일 사실에 대해 4일 “최종 확정 판정 전 결과(양성)에 대해 검체 이상(유전자 양 부족 등) 가능성, 해석상 어려움, 교차검증 등 사유가 있는 경우 확인이 지연될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 양성 판정이 확인되면 시간에 관계없이 질병관리본부가 즉시 공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얼핏 그럴 듯한 해명이지만 예상을 초월하는 메르스 전파력에 대한 국민 불안감, 메르스에 관한 한 보건당국의 폐쇄적 분위기 등 현 시점에 놓여 진 제반 상황을 보면 이 같은 해명은 석연찮기 짝이 없다.
보건당국의 해명은 1차 검사에서 메르스 양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2차 검사를 진행해 또다시 양성이 나와야 확진 발표를 한다는 것이다. 1차 검사에서 반응이 없었을 때 신중을 기하고자 또다시 검사를 해보는 건 당연하지만 반대 경우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만약 1차 검사에서 양성이었던 사람이 2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최종 음성 판정을 내릴 것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해명이 돌아올까?
이처럼 1차 검사에서 양성을 보인 환자에 대해 2차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식적인 ‘확진’ 환자로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공식 절차라면 매일 보건당국이 집계, 발표하는 확진자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실질적인 확진자가 존재하는 무시무시한 현실에 수많은 국민들이 방치돼 있는 셈이다.
‘확진 판정을 기다리는 사람은 1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격리돼 있기 때문에 상관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내린 메르스 관리 지침 상 정부의 공식 확진 판정이 있어야 비로소 확진자 와 밀착 접촉 했던 이들을 격리시키도록 돼 있다. 분초를 다투는 ‘이 와중에’ 정확성이란 명분 아닌 명분으로 확진자 발표에 뜸 들이는 동안 격리돼야 하는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로 대중에 노출된 상태에서 2차,3차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보건당국은 의혹을 해소시켜주기는커녕 쉬쉬하거나 명확한 설명을 회피하기에 급급하다.
정부는 괴담 확산을 막기 위해 유포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 엄포를 놓고 있다. 의혹을 키우고 불신을 자초하는 보건당국의 행태가 괴담을 양산하는 원인이라고 한다면 복지부장관이나 질병관리본부장을 수사해야 하는가?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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