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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 화 아아! 용부야(3)
 
이순복   기사입력  2017/06/30 [15:39]

 “어, 용부 아냐.”
 “오, 다나카!”
 이들 두 친구는 오래간만에 만나 회포를 풀었다.
 “헌데, 용부야! 너 신색이 왜 이래?”
 “아냐. 별 일 아니야.”
 “그것이 아닌데. 왜, 이래. 무슨 몹쓸 병에 걸린 것 아니야.”
 “아냐. 아니라고.”
 “허면 너 그 얼굴에 상처는 왜 그렇지?”
 “흐흐흑.”
 “다나카! 너는 내 진정한 친구지. 그렇지. 나 말이야. 만주나 상해로 갈까봐. 조센징이라고 야쿠자 오야붕에게 끌려가 이렇게 됐어. 한 번도 아니고 이번이 세 번째야.”
 용부는 다나카에게 그간의 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다나카는 짚이는 데가 있었다.
 ‘쳐죽일 놈이. 그 놈 짓 일거야. 죽일 놈.’
 다나카는 이를 뽀드득 갈았다. 그러나 더 이상 말은 없었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 후 다나카가 야쿠자와 싸우다 칼을 맞고 죽었다는 비보였다.
 다나카는 ‘아이누족의 성스런 전통을 사수 한다’는 의도에서 성전을 치렀던 것이다. 용부가 다나카의  주검에 달려갔을 때, 눈에 익은 얼굴들이 많았다. 특이나 기미꼬는 그 중의 하나였다. 기미꼬는 용부를 은밀한 곳으로 이끌어가 위험을 알렸다. 남편의 부하들이 다나카를 죽였다는 사실도 말했다. 그날 밤의 정사가 몰고 온 참극이라 했다. 아이누의 전통의식이 무참히 짓밟힌 참극이라 했다. 용부는 기미꼬를 뒤로하고 몸을 숨겼다.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다. 
 “이 놈을 요절을 내어야지. 요절을 ... 나 고용부가 복수하고 말 테다.”
 비오는 밤 용부는 술이 만취가 되어 돌아와 이렇게 넋두리를 풀어놓았다.
 “오빠! 왜, 그래요?”
 선묘가 예삿일이 아님을 직감하고 놀라 물었다. 용부는 야쿠자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해 입원해 있으면서도 심지를 굽힌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크게 달랐다.
  “선묘야! 오빠가 죽을지도 몰라. 선묘야! 오빠가 죽으면 너는 똑똑하니까 이 오빠의 원수를 꼭 갚아 줘.”
 용부와 선묘 사이는 각별했다. 선묘는 자랄수록 윤심을 꼭 빼어 닮고 있었다. 목소리나 행동거지도 같았다. 그래서 용부는 선묘를 지극히 사랑하고 아꼈다. 전혀 점화의 냄새가 풍기지 않는 선묘였다. 몸가짐도 그랬다. 벌써 선묘는 중학을 다니고 있었다. 공부를 제일 잘하는 여학생, 선묘, 그녀는 당연히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오빠! 왜 그래? 왜 싸웠어?”
 선묘는 까만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아니야. 아니, 선묘야! 오빠에게 사건이 생기면 아버지께 알려. 인제 참을 수가 없구나. 이 놈을 이대로 둘 수가 없어.”
 용부는 어린 시절부터 유학을 했기에 인내심이 강하고 자부심도 강했다. 그러나 입에 담기에도 불편한 운명의 장난에 휘말려 이젠 악만 남게 되었다.
 ‘할아버님 말씀이 옳았어. 비겁하고 추잡스런 쪽발이 놈들.’
 용부는 이를 부득부득 갈다가 새벽 일찍 집을 나갔다. 선묘가 깊게 잠든 사이다. 그리고 그날 화재사건의 주범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기미꼬 남편 오야붕이 경영하는 귀금속 공장에 방화를 한 것이다. 오야붕이 경영하는 귀금속 건물은 목조 2층 건물이었다. 여기서는 금은보석을 세공 하였다. 공장 규모는 작았지만 대단한 고가품을 세공하고 거래했다. 항간에는 이곳 지하에서 황실소유 닙뽄도를 생산하여 납품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 공장이 한 순간에 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화재발생 15 시간 만에 방화범이 잡혔다는 방송이 흘러 나왔다. 
 ‘방화범. 고, 용, 부.’
 오빠가 아닌가. 선묘는 떨렸다. 어린 가슴은 뛰었다. 크게 놀랐다. 방화범은 고용부 라 했다.
 “아부지! 어떻게 할까요?”
 선묘는 아버지를 부르면서 두발을 뻗어 놓고 통곡했다. 머나먼 타국 땅이었다. 어머니을 잃고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선묘였다. 다만 용부를 아버지처럼, 어머니처럼 믿고 살아온 선묘였다. 그런데 이 지경이니 오즉 하랴. 선묘는 정신을 수습하고 우편국으로 달렸다. 전보를 쳤다. 전보는 신속하게 배달되어 고공의 수중에 들어갔다.
 “아이구 어메. 이 일이 무슨 일이랑가! 아이구 머리야! 아이구 골머리야. 아버님께서 비명에 가신지가 얼마나 됐다고... 아이구 내가 잘 못 했구나! 내가 잘 못 했어. 아버님이 벌을 내리신 모양이구나! 아버님 장례식 때 큰 손주를 부르지 않았다고 벌을 내리신 모양이여.”
 고공은 비보를 받아들고 입에서 굴러 나온 대로 넋두리를 하고는 아예 누워버렸다.
 “여보오. 웬 일이요? 무슨 일이 생겼소? 용부가 어떻게 잘 못 되었소? 말 좀 해 보시오. 예, 여보!”
 송씨부인의 애절한 물음에도 고공은 답은 주지 않고
 “여러 소리 말고 어서 호성이를 찾아.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머리. 이럴 때, 우리 윤심이가 아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꼬? 얼마나...”
 고공은 본론을 펼칠 생각은 하지 않고 호성을 찾아라 했다.
 해질 무렵 호성이 술에 곤죽이 되어 나타났다.
 “형님, 찾아 계시오니까? 참의 형님!”
 호성은 농지꺼리를 하듯이 첫말을 뱉었다.
 “제 버릇 개 못 줄 놈! 아버님 생전에는 굴개 방축 일도 곧잘 보더니만, 쯧쯧쯧.”
 고공은 급한 불을 끌 생각보다 역정이 먼저 났다. 그도 그랬다. 공사가 해일로 쓰러진 후로 일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아버님이 비명횡사했다. 그리고 이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런데 하나뿐인 동생이 술로 세월을 보내니 참담하기만 했다. 
 “형님! 참의 영감마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속히 본부나 내려 주십시오.”
 아직도 제 정신이 아니었다.
 “비러먹을... 비러쳐 먹을...”
 고공은 오만상을 찌쁘리며 돌아눕고 말았다. 이때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돈만이 불똥이 튀게 찾아 들었다.
 “사돈님! 이 일이 진정입니까? 제는 믿지 못 하겠소. 그러나 행여나 싶어 왔습니다.”
 용부의 사건은 경성에도 전해졌고, 경성 돈만의 처가댁에서 다시 돈만에게 전해진 것이다.
 “면목 없소이다. 사돈.”
 고공은 선묘가 보낸 전보를 돈만에게 내어 보였다.
 “큰 일이구만요. 큰 일. 제가 호성이 동생과 함께 일본을 들어가는 것이 옳겠지요?”
 성돈만은 서슴지 않고 일을 처리하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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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6/30 [15:39]   ⓒ 대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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