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 용추골이란 고을에 학청이라는 젊은이가 살았다.
그는 기골은 장대하나 너무나도 추한 얼굴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니까 뒤에서 보면 헌헌장부가 아닐까 싶으나 정면으로 마주 보면 오만 정나미가 다 떨어지게 못생긴 용모를 가진 사나이였다. 그런 그가 기생 명월이를 사모하게 되었다. 잠 들 때도 명월이 생각. 길을 걸을 때도 명월이를 생각하였다. 그러나 명월이는 먼 세계의 선녀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명월이가 몹쓸 학질병을 앓게 되었다. 그런데 묘한 것은 명월의 학질은 예사 사람의 학질과 달리 백약이 효험이 없었다. 많은 의원의 약을 썼으나 반년이 넘도록 조금도 차도가 없었다.
‘으으 추워 이렇게 추위서야... 내가 이대로 학질을 달고 죽을 거란 말인가.’
명월은 회생할 가망이 없음을 알자 분하고 원통했다. 신세한탄이 절로 나왔다.
이 무렵 학청은 계교 하나를 짜내었다.
‘내 비록 특별한 기술은 가진 것은 없으나 학질을 뗀 기술만은 있다고...’
학청은 이렇게 장담하고 소문을 내었다. 물론 이 소문은 명월의 귀에도 닿았다.
‘학청이가 내 학질을 뗄 수 있단 말이지.’
‘그렇게 소문이 낫구만이라.’
‘그래, 병만 고칠 수 있다면... 학청이 아니라 더한 누구라도 불러와야지...’
학청을 부르게 하였다. 학청은 쾌재를 부르며 명월을 찾아갔다. 그리고 말했다.
‘내일 꼭두새벽, 인적이 없을 때. 대 여섯 자가 족히 되는 장대와 그리고 두어 자가 실한 부드러운 끈을 두 개 준비하여 뒷골 성황당 앞 느티나무 아래로 오라.’
참으로 약 한번 쉽고도 시원시원한 약방문이었다. 이튿날 새벽 학청이 느티나무 아래에 가 보니, 명월이 약방문을 모두 준비해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학청은 의심없이 장대를 놓고 명월을 눕힌 후, 양팔과 손을 끈으로 장대에 꽁공 묶었다.
‘이 일이 뭐시다요. 왜 이리 묶은 다요.’
‘의심하면 약발이 늦어. 낑 소리하들 말고 잠간만 참어.’
두 말이 필요치 않았다. 학청은 명월의 옷을 벗겼다. 알몸은 백옥 같았다. 꿈에서도 그렸던 속살은 배꽃보다도 더 눈부셨다. 옥문, 그리고 그 짙은 숲. 감천의 달콤한 향기가 느티나무마저 벙긋 웃게 하였다. 그것은 학청의 생각이고, 명월은 학청의 얼굴을 보며 옥문에 양물이 드는 순간 오만상이 찌프려지며 학질이 달아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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