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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신기한 시계마을
 
최민호   기사입력  2020/08/02 [17:57]



저 먼 나라 서쪽 작은 마을에는 시계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 곳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아니 몰라요, 언제부터인지...
그냥 아주 오래 오래 옛날부터, 세상에 시계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시계만 만들어 살고 있었어요.
할아버지, 아버지, 아저씨, 아들 모두가 시계를 만들어 팔고 있죠.


시계마을 사람들이 만드는 시계는 너무 신기해서 세상사람 모두가 그 마을에서 만드는 시계를 갖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을에서 만드는 시계는 그 마을에 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시계를 가지고 나올 수도 없답니다.
왜 그럴까요?
이제 그 이야기를 해 줄께요.


한 나이 든 나그네가 시계마을을 찾아왔습니다.
멀리 멀리에서 물어 물어 찾아왔어요.
시계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나그네는 깜짝 놀랐답니다.
자기처럼 시계를 사려고 시계마을을 찾아 온 사람이 많아서였지요.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서 시계마을에 들어가려고 하였습니다.
나그네도 하는 수없이 맨 끝 줄에 서서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나그네는 앞에 서 있는 할머니에게 물었어요.


“언제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나요? 할머니?”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3일은 됐지요.”


나그네는 깜짝 놀랐습니다.


“3일요?”


나그네는 발뒤꿈치로 서서 길게 선 앞줄을 보았어요.
그리고 슬그머니 앞줄로 가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어떤 아줌머니에게 가만히 물었어요.


“아주머니는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3시간째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하시는 것이었어요.


“예?”


나그네는 어리둥절하였어요.
과연 얼마나 기다려야 저 시계마을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나그네는 영문을 알수 없어 포기하고 돌아갈까 망설였지만, 멀고먼 곳에서 찾아 온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배도 고팠어요. 다리도 아팠어요. 힘이 들어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 같았고, 눈이 퀭하고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줄을 선 사람들은 아무도 포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그네가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왜 시계를 꼭 사려고 하세요?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다음에 사시면 안돼요?”


하고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나그네를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이 마을 시계가 무슨 시계인지 모르고 오셨수?”


하면서 웃기만 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드디어 나그네가 마을 입구에 서게 되었습니다.


입구에서는 젊은 마을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시계를 팔고 있는데 연신 싱글벙글, 깔깔깔깔 웃으며 팔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렸던 사람들은 시계를 사자 모두 손목에 차고 마을로 들어가는데, 그들도 싱글벙글 웃으며 마을에 들어가는 것이었어요.


순서가 되어 나그네는 마을의 젊은 사람 앞에 섰습니다.

“여기 처음 오셨나요?”

“예. 그런데요.”

“그러면 이 마을이 어떤 마을인지 모르시나요?”

“예, 잘 모릅니다만...”

시계를 파는 젊은이는 싱긋이 웃더니 나그네에게 이 마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여기는 시계가 시간을 지배하는 곳이예요.
다른 세상에서는 시계가 시간을 가르쳐주지만, 이곳에서는 시계가 시간을 움직인답니다. ”


어리둥절해 하는 나그네에게 그 젊은이는 더 친절하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시간은 늘 똑같이 지나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지요. 즐겁고 기쁜 일이 있으면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으면 시간은 느리게 가지요. 안 그런가요?”


나그네는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맞아. 시간은 늘 같은 것은 아니지. 사랑하는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는 왜 그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지. 그리고 슬프고 지루할 때, 시간은 왜 그리 더디 가던지...”


하면서, 지나 온 시간들을 되돌아보았습니다.


나그네는 오랫동안 괴로운 나날을 보냈었어요.
사실 나그네는 몹쓸 죄를 짓고 감옥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다가 오늘 이 시계 마을에 온 것이었습니다.
감옥에서 나올 때 누군가가 이 마을에 꼭 가보라고 했거든요.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나그네 얼굴은 마치 노인과 같이 주름지고, 눈가는 검게 물들었고, 허리는 굽어 있었습니다.
그런 나그네를 살펴보고 젊은 마을 사람이 물었어요.

“나그네는 나이가 얼마나 되셨지요?”
“57살이요.”

“그러면 아직도 젊은 나이군요. ”

그러면서 빙그레 웃었습니다.

“나는 77세라오.”

나그네는 깜짝 놀랐습니다.
시계를 파는 마을 사람이 설명을 계속했어요.

“이곳의 시계는 신기한 시계입니다. 여기서는 즐겁고 기쁜 일이 있으면 시간이 늦게 가고, 괴롭고 힘든 일이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가지요.
그래서 시계가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시계 주인이 시간을 만들어가지요.“

나그네는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아 물끄러미 마을 사람을 쳐다만 봤습니다.

“그래요. 즐겁고 기쁜 마음을 가지면, 시계가 천천히 가지요. 그리고 정말 행복하고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면 시계가 멈추기도 한답니다. 그러려면 늘 남을 사랑하고 착한 생각을 하고, 자기 스스로 즐거운 마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나그네는 조금 이해가 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화를 내거나 남을 미워하거나 불행한 생각을 하면 시간은 갑자기 빨리 흘러가 버립니다, 그러면 나이도 빨리 먹어 늙게 되지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 여기 시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계 값은 나그네가 살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것이었습니다. 시계를 쥐고 있던 나그네는 크게 실망이 되었습니다.
슬펐습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나그네 얼굴이 더욱 빠르게 늙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본 시계 마을 사람이 말했습니다.

“돈이 없으시군요. 여기 있습니다. 그냥 차고 가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마을 사람 얼굴이 더 젊어지는 것 아니겠어요?

나그네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시계를 차고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마을은 신나고 기분 좋은 일로 가득했고, 명랑한 젊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보고 즐거운 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서로 권하며 서로서로 도우며 살고 있었습니다.
나그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때 나그네가 시계를 보았습니다.
시계바늘이 멈추어 서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니, 몇 년 전의 젊은 얼굴로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나그네는 젊은 사람이 되어 마을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인사도 하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도와주며, 밝고 희망찬 생각을 하였습니다.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시계는 멈추어 섰고, 나그네 얼굴은 점점 더 젊어지고 있었습니다.
며칠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어느 날 밤이 되었습니다.
나그네는 문득 집에 두고 온 가족들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시계가 멈추었으니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슬그머니 걱정이 물밀 듯 들어왔습니다.

이때, 갑자기 채깍채깍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시계바늘이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얼굴에도 주름살이 쭈굴쭈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겁이 더럭 났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그럼 안되지. 시간을 멈추어야지.’

하고 생각하니 초조해져서 더욱 걱정이 앞섰습니다.
시간이 점점 빨리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걷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그네는 밖으로 뛰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을입구로 달려가 시계를 주었던 마을 사람을 찾았습니다.

“시계를 멈출 수가 없어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고 있어요. 제가 늙어가고 있습니다. 제발 시계를 멈추게 해주세요.”

다급하게 말하였습니다.
시계마을 사람이 나그네에게 말했습니다.

“지난 일을 생각하지 말고, 내일 아침 기분좋게 일어나 뽀뽀하고 싶은 착한 딸을 생각해 보세요.”

간신히 시계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나그네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신비한 시계마을에서 보냈습니다.
그는 다시 젊고 건강한 젊은이가 되었습니다.
마음이 행복해지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습니다.

시계마을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한 인사를 나누고, 나그네는 천천히 걸어 다시 마을 입구에 왔습니다.
여전히 젊은 마을 사람이 시계를 팔고 있었습니다.
시계마을을 떠난다고 하자 마을 사람은,

“행복하셨나요? 시간을 잊어 보셨나요? 다행이군요. 시간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랍니다. 아셨지요?”

하고, 미소를 지으며 마을 사람은 나그네에게 시계를 돌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나그네는 그 시계를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값을 치루겠으니 팔라고 했습니다.
젊은 마을 사람이 나그네의 눈을 보며 말했습니다.

“아직도 모르시는군요. 가지고 가도 소용이 없답니다.”

“왜요?”

“그것은 보통 시계와 다를 것이 없으니까요.”

의아해 하는 나그네에게 마을 사람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불행한 생활이 시계를 빨리 가게 하고, 행복한 생활이 시계를 늦게 가게 했던 것은 아닙니다. 불행도 행복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 흔들리는 당신 마음일 뿐이었지요.
우리 시계마을은 당신에게 시계를 채워주며 마음을 바로 잡도록 했던 것 뿐입니다.
우리 시계마을에서 행복했나요?
그렇게 마음을 행복하게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어디서든 시계는 천천히 가는 법이고 젊어지는 법입니다. “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그네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이제까지 지냈던 시계마을은 내 마음이 그렸던 마을이었단 말인가?
이제까지 움직였던 시계도 내 마음이 움직였단 말인가?
내 눈에 보였던 모든 것이? 내 마음으로?’

믿어지지 않는 마음으로, 나그네는 찬찬히 그 젊은 시계마을 사람을 바라봤습니다.
그렇게 말하던 젊은 사람 얼굴이 다시 보였습니다.

77세 노인 얼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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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02 [17:57]   ⓒ 대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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