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났다. 곧 추수가 시작될 것이다. 추수가 시작되면 고속도로 휴게소와 고급 아파트촌에서는 쌀을 버리는 행렬이 줄을 이은다고 한다.
필자와 친한 지인 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근무하는 이와 자고새면 리어카를 끌고 엿장수 가위질을 하면서 하루 3차례씩 궂은 날씨를 마다않고 고물을 모으러 다니는 분이 있다. 두 분 이야기를 다 하기는 좀 뭐시기 하고 가위소리 내는 분의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그분은 1980년대에 전북고창에서 논 30마지기를 팔아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대전으로 옮겨서 정착했다. 그때부터 자식들은 공부를 해서 석박사가 되어 대학 강단을 지킨다. 80대가 된 이 분은 오늘도 새벽 5시에 아침을 먹고 엿장수 가위를 들고 리어카를 끌고 거리에 나선다.
그분과 종종 대화를 나누는데 오늘 아침에는 운 좋게 만나서 필자가 먼저“형님 벌써 출근 했습니다. 그려...”
“이 짓을 않고 하루만 집에 있어도 몸이 쑤시고 가슴에 좀이 끓어...”
“도대체 하루에 몇 차례를 마을을 도시오?”
“3번은 돌아야 몸이 제대로 돌아 가.”
‘별난 분이다. 하긴 30마지기 전답을 돌고 돌며 젊음을 보냈으니 쉬지 못할 테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가위질을 철꺽 한 차례 하고는 말을 잇기를...
“아까 저기서 이걸 주워 오면서 마음이 편치를 않아.
“먼 데요...?”
“쌀이지. 그 귀한 쌀이 이리 버려져. 우리 집은 쌀은 사 먹지 않소. 거리에 버린 쌀을 수거 해다가 가족도 먹고 떡도 해 먹고 짐승도 먹이고... 이것은 아마 10kg은 됨직 할 거요.”
“요즘도 버리는 군요. 아직 햅쌀이 나오지 않아 대접을 받을 때 인데...”
“아니요. 늘 버려요. 연중 시도 때도 없이 버린걸요. 이것 봐요. 좀도 먹지 않은 농협에서 생산했다는 표시가 멀쩡하게 되어 있는 쌀 포대인데...”
“형님! 재수가 좋았소 그려. 돈으로 치면 2만 원짜리는 더 될 성 부른 쌀인데...”
“재수는 무슨 재수... 농부로 살아온 내 맘은 이런 걸 주울 때 마다 편치가 않소.”
“형님 수고 하세요.”
“이 선생! 잘 가시오.”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격려 해주고 받으며 헤어졌다. 하루 세 번씩 고물을 주어다가 석 박사를 길러 내신 분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그분과 헤어지고 나서 아침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7시 30분이다. 컴퓨터를 열고 보니 내 맘을 사로잡는 뉴스가 보였다.
소주병이나 맥주병은 빈 병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데요. 페트병과 캔도 보증금 반환제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습니다. 왜 그런지 황 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대형 마트에 있는 빈 병 무인 회수기입니다. 회수기에서 발급받은 영수증을 마트 고객센터에 제출하면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씩 계산해서 현금으로 바꿔 줍니다. 보증금제 등, 제도개선 덕분에 지난해 빈 병 회수율은 98%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런 보증금 반환제를 페트병과 캔으로 확대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우선 페트병과 캔은 현재 재활용업자들이 수거하는데 보증금제를 도입하게 되면 이런 체계를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페트병과 캔에 보증금제를 도입한 독일 등 유럽의 경우 마트 등에 회수기를 설치해 수거하는데 회수기 설치비용은 누가 대고 관리는 누가 할지 정해져야 합니다. 또 보증금제를 도입하면 제품 값이 올라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에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대답하기를 동네 슈퍼나 편의점과 같이 판매점에서 보증금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관련 비용이 크게 듭니다. 비용을 왜 들여야 하는지 소비자들을 설득하기가 힘이 듭니다. 더욱이 페트병은 음료수, 의약품, 세제 등등 가지 수가 많아 이를 분리 선별해 생산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페트병과 캔에도 보증금제를 도입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멈춰 있습니다. 재활용률을 높이는데 보증금제가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당장 도입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라는 결론이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펴 보는 것이다.
먼저 오래전부터 실시해 온 우리집이야기다. 아내가 햅쌀을 고향에서 가져오거나 마트에서 사오면 수고스럽지만 페트병에 꼭꼭 채워서 담는다. 그리고 마무리로 마늘 한쪽을 넣어 부엌 한쪽에 쌓아놓으면 품질 보장은 물론 기타 잡곡류와 함께 식사 짓기도 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런 습성이 몸에 익어서 100여개의 곡식 항아리로 페트병이 자리 잡고 있다.
쑥스런 이야기 같지만 먹다 남은 2년 전 쌀도 살짝 음건을 시켰다가 페트병에 담고 마늘 한쪽을 넣어두면 햅쌀과 버금가는 맛을 자랑한다. 물론 페트병의 역할이 커서 그러하겠지만 곡물을 좋아하는 나방류나 좀 등 해충류가 페트병 속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건 내가 설명할 내용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설명할 일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우리 마을 골목길에 쌀을 버리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쌀을 농협이나 생산지의 포대에 그대로 방치해 두면 2~3개월이면 여러 가지 해충류가 발생하여 젊은 새댁들에게 혐오감을 주기 때문에 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리 추측해 보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해 보기로 한다.
가. 쌀을 가정에 드려 와서 페트병에 담게 되면 20kg 한 포대면 페트병 10개가 소요된다.
나. 페트병 10개를 한 가정에서 사용하면 우리나라 1,500만 가정이 소유하는 페트병이 자그마치 1억5000만개의 위생 항아리 구실을 하게 된다.
다. 이외에도 페트병은 시골에서는 종자를 보관하는데 유용하며 반려 동물 애호가들은 사료를 페트병에 담아 두면 정말로 위생적인 보관 방법이 된다.
라. 따로 페트병 수거일을 정기적으로 정하여 잘 압착된 페트병을 수거업자가 현행대로 가져가되 정부발행의 쿠폰을 50개에 적정금원의 우체통에 넣어 두면 페트병으로 인한 어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마. 마지막으로 쌀 항아리 역할을 마친 페트병은 도회에서는 정원가장자리에 시골에서는 채소밭 언저리에 뚜껑을 연채로 질서 있게 심어 두면 스프링쿨러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이 야기기를 하면서 한 가지 웃지 못 할 기억이 있어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한다.
아프리카 사막의 쿵족을 중심으로 엮었던 영화 ‘부시맨’ 이야기다. 부시맨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된 데는 인류학자들의 큰 관심이 있었다고 들었다. 쿵족, 즉 부시맨들과 함께 생활한 적이 있는 인류학자 리처드 리는 부시맨에게서 순진무구한 인간성을 발견한다. 예컨대 부시맨은 몸집이 작고 동작이 굼뜬 사슴이나 토끼 같은 동물은 절대로 사냥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힘없는 동물은 노인들에게도 사냥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리처드 리는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원리가 인간의 본성처럼 얘기되는 데 살아 있는 반대 논거를 부시맨을 통해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부시맨의 공동체 정신은 사소한 사건 하나를 계기로 하여 견고하지 못하고 깨어져 버렸다. 하늘에서 떨어진 빈 콜라병 하나가 불러일으킨 소동이다. 부시맨은 이것으로 타작을 하거나 밀가루 반죽을 하는 유용한 물건으로 자기들만의 문화 의식을 가지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 작은 미개한 머리통이 만들어 낸 오해는 서로 서로 이것을 독점하여 오래 동안 사용하고자 경쟁을 하게 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안목으로 볼 때 정말 웃지 못 할 이야기 같지만 어떤 물건이 사용처가 확실하고 분명하고 희귀하다면 인간은 소유욕이 발동한다. 만약 페트병과 같이 황금을 무한정으로 생산하는 세상이 온다면 어찌될 것인가?
그런 날이 오지 않겠지만 황금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에 있어서 무쇠보다 효용성이 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쇠보다 효용성이 적은 황금 값은 지금과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 그야 말로 똥값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이란 희소성과 효용가치를 두고 무한경쟁을 하며 목숨마저도 불사한다.
우리는 부시맨 영화를 통하여 인간 본성으로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조국 장관과 그 가정의 사태를 두고 눈과 입이 두 가지라는 사실과 사람의 사고형성도 자기 처지를 따라 양극으로 벌어진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 복지부 장관을 지낸 이와 민주당 사람들이 이야기는 두고두고 우리 인민의 마음을 혼란하게 할 것이다. 그리도 소중했던 6. 25사변 통에는 피와도 바꿀 수가 없었던 쌀이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세상이다. 쌀을 마구 버리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보리 고개 이야기는 전설 같은 옛이야기에 불과하다.
각설하고 필자가 본란에서 원하기는 페트병의 사용처가 무한정으로 넓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예를 들면 간간이 tv에 등장하는 고급주택이 요즘은 구할 수 없는 바다가의 몽돌로 지은 집이었다.
‘저리 귀한 걸로 집을 지었구나! 무슨 돈이 그리 많아 저 많은 돌을 구했을까? 무슨 권력을 동원해서 저 귀한 것으로 고대광실(高臺廣室)을 지었을까?’
그런데 사고의 전환을 조금 달리하면 페트병 속에 형형색색의 시멘트를 넣고 집이며 담장을 쌓는다면 그리고 고급 마감재로 마감을 해서 자외선을 막는다면 100년 가는 건축재로도 사용이 가능할 터인데 천덕꾸러기가 되어 굴러다니는 페트병이 안타깝다. 제발 페트병이 부시맨이 사랑하고 원했던 콜라병과 같이 희귀재로 변해서 천덕꾸러기를 면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거듭 주장하지만 페트병은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이고 위생적인 쌀 항아리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