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민주당의 사자후를 오늘은 들을 수 있을까?
 
이순복   기사입력  2019/06/24 [12:53]
▲ 이순복 논설위원     ©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 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찾아 달려 온 70년의 대한민국 정당사다.


그것도 민주당이라는 깃발을 들고 달려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었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써 3만$국민소득을 성취했다. 어머니가 가시었다는 해 돋는 나라가 복지국가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누리고 사는 대한민국이다.


그런 나라가 이룩되기까지 가장 피땀을 많이 흘리면서 맨 앞장에 서서 투쟁한 사람들이 민주당이요 그 민주당의 대변인은 우리의 아침마다 신선한 사자후를 터뜨려 주었다.

 
그런데 그 민주당이 보이지 않는다. 이 나라가 어떤 위기에 직면해도 민주당의 대변인 사자후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따옥따옥 울부짖던 그 목소리 어디로 갔나? 우리 인민은 김정은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동해방어선을 뚫고 들어온 목선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방향타를 찾아 볼 수 없다. 북한 동포에게 엄청난 량의 쌀을 보낸다는데 따옥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데 민주당의 반응이 없다. 미국과 일본을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이 나라가 위기인데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문대통령이 스웨덴을 국빈으로 찾아갔다는데 스웨덴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명명했다. 민주당 당론은 어떤 것인지 답답하다.

 
흔한 말로 민주주의를 정당정치라고도 대신 말하기도 한다. 정당정치란 대개 복수의 정당을 전제로 운용되는 것이므로 민주정치는 바로 정당정치라는 표현과 같이 정당의 자유로운 결성과 활동, 복수정당제의 정착 및 선거를 통한 정당간의 정권교체 등은 한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 정도를 측정하는 준거(準據)가 된다.


이런 정당정치는 근대의 대의제(代議制) 민주국가에서 정당이 불가결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민주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체로 정당은 정치과정에 있어 산발적인 대중의 의견을 참된 여론으로 형성하게 한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일반 대중의 참여를 조직화하며 대중이나 특정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규합하여 정부를 향하여 대변하기 때문에 대중 또는 이익집단과 정부 사이의 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의 경우 아무리 살펴봐도 더불어민주당의 돌아가는 모습은 비정상적인 것 같다. 국정의 주요 축인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여당을 대신해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권을 공격하며 정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에 열린 공간이 넓어 보이지 않는다. 막말과 퇴행적 행태로 일관하는 자유한국당의 작태는 차치하더라도 여권을 지켜본 바는 문제가 적지 않다.


신문을 뒤척이다 보면 청와대는 최근 마음먹고 자유한국당과 대립하는 모습이다. 여야가 상호간의 입장을 표명하며 정치적 거래가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국회를 담당하는 청와대 정무라인이 브라운관에 나타나 있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지난 12일 민주당과·한국당 정당해산 청구를 요구한 국민청원에 대해 말하기를“총선까지 기다리기가 답답하다는 국민의 질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복기왕 정무비서관은 다음 날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요구한 국민청원에 대해 “국회의원만 견제 받지 않는 나라가 특권이 없는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인가”라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국회가 무노동 무임금을 외면한 채 깊은 잠의 수렁에 빠져 있음에 그 답답한 심정을 그리 말할 수 있겠지만 청와대의 돋보인 얼굴은 국회 정상화 협상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강기정 수석은 14일 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소통이 부족했다면 더 노력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야당을 궤멸 대상, 심판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한국당 심증은 더욱 더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딴 다리를 짚은 것이 된다. 만약 한국당 주장대로 두 사람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카메라 앞에 선 것이라면 그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위 공직자가 현실에 책임지고 있는 국정보다 이해관계에 따라 미래를 바라보고 움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행보도 꼴불견이다. 그는 국가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과 공개적으로 만났다. 또한 전국을 돌며 유력 주자인 광역단체장들을 만나고 있다. 민주연구원과 전국 광역지자체 연구원의 업무협약을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누가 그 말을 신용하겠는가. 그는 서훈 국정원장과도 만났다. 사적 만남이라는 해명에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간의 행보로 보아 논란을 초래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민주연구원을 총선병참기지로 만들겠다는 그의 일성은 민주연구원 주도의 물갈이가 다음 총선에 있을 거라는 여권 내부의 참새들이 없지 않다. 마치 박근혜 정부의 지난 총선의 미쳐버린 푸닥거리를 바라본 그대로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일련의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 실세들의 여당을 제쳐두고 딴 다리를 긁어대는 돌출행동은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정당정치에 위배되는 상황들이 반복되는 한 민주당의 위상은 갈수록 작아질 수밖에 없다. 설령 국회가 정상화될지라도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권위와 신뢰성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야당은 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청와대만 바라볼 것이다.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 측근의 그림자에 묻히는 상황도 심상치 않다. 이해찬 대표의 발언은 이전처럼 정치적 파급력이 없어 보인다. 오로지 독한 말로 한국당을 공격할 때 인용될 뿐이다. 의원들은 사석에서 이 대표의 말이 아닌 양 원장이 던진 발언들을 곱씹으며 눈치 보기에 바쁘다는 못난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러한 현상들을 두고 따져보고 되짚어 보면 민주당이 대통령의 지지율에 업혀가느라고 그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개각 참사에 청와대의 안일한 현실인식에도 용기 있게 직언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양 원장 행보에 쑥덕공론만 있을 뿐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지 않는다. 한 여당의 관계자는 “누가 지금 양 원장을 말릴 수 있겠느냐”고 넋두리를 털어 놓았다. 설상가상으로 다수 의원들은 한국당의 비정상적 행태만 조롱하면 총선까지 문제없을 것이라는 무사안일한 생각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정당정치에서 여당의 왜소화는 간과할 수 없는 일로 민주주의 그 자체를 크게 손상시킬 우려가 적지 않다. 이것이야 말로 독재로 달려가는 가장 추악한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신경이 온통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에만 쏠려 있겠지만, 이는 전말(顚末)이 전도(顚倒)된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입법 활동으로 청와대·정부를 뒷받침해 주고 유권자의 가려운 곳을 바르게 찾아내어 긁어주어야 할 여당이 제구실을 못한다면 국정은 크게 흔들리게 되고 그 피해는 정권을 넘어 고스란히 인민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


검찰총장직 내정자로 떠오른 이는 그 부인의 재산이 이러저러 하다는 말이 난무하는데 총리나 민주당에서는 어떤 대책이라도 있는 것인지 따옥소리를 기다리는 인민의 속마음을 아는지 묻는 것이다.


지금 여권의 시급한 과제는 여당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맥주 정치를 하던 치킨 정치를 하던 정당정치를 정상적으로 가동시켜야 한다. 인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청와대는 정당정치가 살아 있는 민주정치임을 인식하고 정치의 영역에서 여당을 더욱 더 존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최측근들은 그들의 무게감을 자각하고 선거승리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지금의 모습이 인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그래야 더불어 민주당이 자기 좌표를 바르게 찾고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당직자가 자기 처지를 모르고 복지부동하며 총선이라는 젯밥에만 맘을 두고 못난 구린내를 풍기면 총선을 반드시 망치더라는 과거사를 잊지 말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6/24 [12:53]   ⓒ 대전타임즈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