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피형께!
이제 어느 누구도 봄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게 봄 동산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이름 모를 나비와 작은 새들이 모여와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춘래(春來)불사춘(不似春)이란 말이 떠나지 못하고 3만2천불짜리 국민소득을 올리고 있는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비웃는 듯합니다.
왜서 우리의 피부가 겨울을 타는 걸까요?
봄이 왔다는데 왜서 봄을 느끼지 못할까요?
자식교육을 위해서 아버지도 어머니도 허리끈을 졸라매고 돈을 벌자고 뛰어 나왔는데 어디 제대로 된 일자리가 있어야지요.
특히 대전의 경우는 이렇게 비참하답니다.
호남고속도로가 논산~천안간으로 변경되면서 대전을 경유할 필요성이 사라졌습니다.
목포~서울간 서해안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대전은 호남과 동떨어진 도시로 전락했습니다.
ktx가 서대전 통과를 가뭄에 콩이 나듯하다 보니 고속열차를 잊은 지 오래됩니다.
지금 대전은 오로지 경부선이 경유하는 징검다리 역할로 만족해야 한답니다.
그것이 세상의 변화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런데 진실로 분통 터지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제대로 규정짓지 못한 행정수도 세종시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행정도시라면 대전도 적지 않은 기대효과라도 볼 터인데 지금 어떻습니까?
그저 대전 시민만 볼모로 잡아다가 세월을 보내고 있는 형편일 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미래가 불확실한 세종시 때문에 대전은 산업전선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이것이고 저것이고 모든 것이 다 절대적 관망세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부동산 경기는 꽁꽁 얼어붙고 일자리가 사라지니 세종시라도 가야 사나?
입맛만 다시고 있다는 말입니다.
존경하는 피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원회가 공개한 영변 핵시설의 5메가와트 원자로입니다.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곳인데 작년 12월 5일 찍힌 사진에는 토사를 준설한 모습이 두 군 데서 보인답니다.
폭탄을 천천히 터지게 하는 경수로 주변에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고 했습니다.
작년 4월과 5월 사이에 찍힌 단지안의 화력발전소에서는 한때 연기 기둥이 올라왔고, 탄갱에는 시기별로 석탄의 양에 차이가 나 사용된 흔적이 관찰되었다 합니다.
유엔 보고서는 영변 원자로의 경우 작년 2월에서 4월 사이 보수작업이 이뤄졌고, 9월과 10월에는 사용 후 핵연료봉을 인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썼습니다.
쉽게 말해서 북한이 핵무기의 원료인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해 순도를 높이는 작업까지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암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보기관들이 내놓았던 평가와 맥이 닿습니다.
쉽게 이해하자면 김정은은 변한 것이 없는데 우리만 차치고 포치고 냄비를 닦는 격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울 한복판에서는 김정은 환영위원회 까지 발족되어 정상인의 안목으로는 다들 미쳤나 싶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존경하는 피형!
다시 대전의 이야기를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세종시에 국회의사당과 청와대 유사한 것이 올 건가? 말 건가? 속 시원하게 말 좀 해주세요. 정치인이란 간을 보는 재주가 빼어난 것을 평생토록 보아왔습니다.
여야가 심심하면 세종시를 행정도시로 확실하게 만들겠다고 말합니다.
대통령은 광화문시대를 열겠다고 선거 때 공약도 했습니다.
표가 필요할 때 하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이지요.
그런 좋은 말로 표를 홀리는 재주를 가진 이들이 모두 정치인이지요.
그들이 신념을 가지고 지켜내야 할 의무가 무엇입니까?
불평등을 몰아내고 모든 인민을 평등하게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는 불평등 속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전은 일거리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디에도 집을 수리하고 이사를 가고 공장을 짓는 모습은 볼 수조차 없습니다.
원래 2~3차산업 자체가 부진한 탓도 있겠지만 새 봄은 왔는데 너무나도 할 일이 없답니다.
갑자기 불평등이 생각납니다.
불평등이란 당신이 아등바등 살고 있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떵떵거리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지금 대전은 노동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왜냐구요?
아시겠지만 다세대주택 경기가 작년까지 그런대로 유지되어 막노동하는 사람들이 일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건설사업면허를 통제하는 바람에 면허를 대여 받아 하던 모든 건설업자들이 손발이 꽁꽁 묶여 버렸습니다. 그러니 작은 공사판에서 날품을 팔던 막 노동자들이 할 일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국익이 되는 건설행정인지는 모르나 우리 이웃의 막 노동을 하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다 잃고 실업자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 학교 보내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던 우리 이웃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합니까?
그런데 내가 의지하고 싶은 피형!
이걸 기억하십니까?
문재인 정부는 정치의 힘과 시민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을 때 이 일이 실현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되고 북한에서 김영남·김여정이 왔습니다.
만약 문 대통령이 국내 보수진영이나 미국 전문가들 눈치를 보며 북측이 미사일 쏘면 남측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여는 관행만 답습했다면 남북 정상에 이어 북·미 정상까지 마주앉는 역사의 진전은 없었을 것이다.
진실로 찬양하고 싶은 장한 일을 해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서 그런 담대함을 가지고 경제문제에선 눈에 띠는 정책이 없을까요?
소득주도성장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세력 앞에 규제완화를 선물한다고 그들이 물러설 리 없을 터인데 말이지요.
부동산 정책에서도 이제는 대범하게 보유세의 획기적 강화라는 근본 대책을 내놔야 약발이 설 것입니다.
정부는 시민 모두에게 봉사해야 하지만 우선 순위는 있지 않을까요?
먼저 누구를 위한 좋은 경찰이 될지 선택해야 합니다.
그 해답은 자명한 것으로 부유층보다 중산층·서민 위주의 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보다 1주택자·세입자가 우대를 받아야 합니다.
서울보다 지방이 강남보다 비강남이 우대받는 방향과 원칙을 갖고 뚜벅뚜벅 걸어가면 불평등은 서서히 해소되어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피형!
지금 세계의 정치는 약육강식의 원색적인 사조(思潮)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2강은 물론이요 일본이나 영국이 다시 과거의 영화를 꿈꾸며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국시대로 회귀하기를 은연중에 꿈꾸고 있다는 말입니다. 거기다가 독일까지 합세하여 안전보장이사국 진출을 꿈꾸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철저하게 자국의 부강만을 꿈꾸며 계속적으로 푸틴을 밀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생산적인 것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 볼 수 없는 사상논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는 어지러운 세파를 타고 넘을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경제는 반도체도 힘을 잃고 베터리도 그렇고 자동차도 힘이 빠졌는데 디스프레이 산업은 어떠합니까? 남은 것이 사양산업이 되었다는 조선산업에 기대는 모양인데 그건 희망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판명이 난 것입니다.
제발 새 마음을 가지고 힘이 있을 때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고 간절히 말씀드립니다.
피형의 건강하심을 기원하며 오늘은 이렇게 그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