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부동산 정책 서민이 살 수 있나?
 
이순복   기사입력  2019/01/27 [17:39]
▲ 이순복 논설위원     ©

복마전이란 말은 수호지(水滸誌)에서 처음 쓴 말이다.


그 시절 온 나라에 전염병이 돌자 왕이 신주(信州) 용호산(龍虎山)에서 수도하는 장진인(張眞人)에게 홍신을 보내 전염병을 퇴치하는 기도를 올리라 명했다.


그런 사명을 띤 홍신(洪信)은 용호산에 도착하여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전각을 발견했다.


홍신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전각문을 열어 보니 한복판에 석비가 있었다. 그런데 그 뒷면에‘드디어 홍(洪)이 문을 열었구나!’라는 비문이 있었다.


이에 홍신은 권력을 앞세워 마왕이 석비에 있다고 생각하여 석비를 파내게 했다. 그러자 갑자기 굉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더니 이것이 금빛으로 변하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이에 홍신과 안내인이 넋을 빠뜨리고 있을 때 장진인이 돌아와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셨군요. 그곳은 마왕 108명을 가두어둔 곳입니다.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그들은 머지않아 나라에 큰 소동을 일으킬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이것이 훗날 장진인의 예견대로 AD1121년에 송강(宋江)이 농민반란을 일으킨 사건으로 증명이 되었다. 이처럼 복마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악의 소굴로써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이다. 부정과 부패, 적패와 비리의 온상을 복마전이라 일컫는다.


우리나라 현실의 부동산 정책이 마치 복마전이 아닐까 의심을 하게 한다.


우선 우리 집 이야기다. 30년 이상 잘 나가던 2층 월세집이 3개월째 교차로에 광고대금만 내고 찾는 사람이 없다. 간혹 찾아온 사람은 진돗개 같은 큰개를 기르겠다는 사람뿐이다. 아무리 돈이 궁하다고 큰 개를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어서 편한 사람이 오기를 그냥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안쪽의 한 골목을 돌아보니 다닥다닥 붙어 있는 1층 점포 10곳 중 3곳이 비어 있었다. 한 곳은 큼지막하게 ‘임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다음 블록의 1층 점포 4곳 중 1곳에도 ‘임대’ 안내가 붙어 있었다. 인근 M중개업소의 이모 씨는 “명동도 대로를 제외한 안쪽 골목에는 예전 같지 않고 비어 있는 가게가 많다. 몇 년 전까지 권리금으로 1억∼2억 원을 줘야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권리금이 없어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악화로 서울 도심에서도 빈 상가나 사무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서 빈 상가가 많아졌다는 건 수천만 원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상인들이 권리금을 포기한 채 장사를 접을 만큼 경기가 나빠졌다는 걸 말한다.


이런 현상은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단기간에 ‘뜬’ 상권일수록 더욱 더 심하다. 같은 날 경리단길 일대 중개업소들에 붙어 있는 상가 임대 매물 안내문에는 대부분 ‘무권리 점포’라고 씌어 있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공실이 아닌 곳 중에도 권리금 500만 원이라도 건지고 싶어서 문 닫아놓고 버티는 가게들이 많다”고 말했다.


5개월 전 문을 연 경리단길의 한 식당은 직전 세입자보다 월 임대료를 50만 원 낮춰 200만 원에 계약했다. 권리금도 없앴다. 2년 전 권리금 7000만 원을 주고 들어온 카페 주인이 권리금을 포기한 채 장사를 그만뒀다는 것이다.


신축 대형 빌딩이 많은 종로 일대는 세입자 찾기가 더 어려운 형편이다. 종로구 관훈동의 지상 12층짜리 한 빌딩은 현재 2개 층이 비어 있다. 이 빌딩 관리사무소 부장은 “올 3월이면 한 층이 더 빌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계약 만료 두 달 전에는 세입자를 찾는데 요즘은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접는 사람이 많아져 문의조차 없다”고도 말 했다. 개인이 소유한 중소형 빌딩은 임대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종로구 공평동의 D중개업소 관계자는 “공평동 사거리에 있는 6층 규모 빌딩의 한 세입자가 1년 전 직전보다 30만 원 싼 월 90만 원에 계약했는데 계약이 끝나 나가려고 하니까 건물주가 더 내려줄 테니 나가지만 말라며 붙잡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경제부총리가 오르는 집값과 집세를 잡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던 것이 현실화 되어 이젠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참으로 한심할 일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자연스럽게 시장원리대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수호지에 나타난 복마전을 방불케 한다. 홍신이 열어서 날려버린 108마귀가 횡횡하는 세상을 이 땅에 만든 자는 누구인가?


죄송하지만 이런 복마전 같은 원인제공자가 정부라면 국민은 누굴 믿고 살아간단 말인가!


이같이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손모의원마저 여러 공작을 통하여 목포까지 원정을 가서 불법작폐에 가담했다니 기가 막힐 국정농단이 아닌가.


수호지의 손이랑이란 여걸이 생각나게 하는 한심할 복마전의 실상을 아파하지 않을 수 없구나.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1/27 [17:39]  ⓒ 대전타임즈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