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빛의 인간과 소리의 인간
 
동화작가   기사입력  2017/11/20 [15:06]

빛의 인간과 소리의 인간

 

 

1.
 
남성과 여성의 영혼의 원천이 각각 다른 행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누군가 알고 있을까?
 
우주.
얼마나 광대한 것인지, 얼마나 많은 별이 있는지? 
또 그 별들 속에 상상할 수 없는 생명이 인간과 동일한 인자를 공유함으로써 그들과 같은 영혼에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 존재하는 본능의 원천, 추구하는 궁극의 이상이, 그 알 수 없는 별들에서 비롯되어, 그들과 언젠가는 결합하고자 하는 우주적 욕구가 그런 영혼의 발현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까?
 
이야기는 태초에 그렇게 시작되었다. 
 
2.
 
그 행성에서 지구적 개념의 망원경과 현미경을 말한다는 것은 무의미했다. 그들에게 그 정도의 시각 능력은 이미 모태에서부터 타고 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킬로미터 단위로 떨어진 물체나, 미크론 단위의 미생물을 식별하는 수정체의 조절기능은 수만년의 진화를 거듭해 온 것이었다. 
 
이들은 예컨대 광년단위 거리에 있는 인근행성의 표면을 육안으로 살피는가 하면 개미다리의 털 속에 기생하는 벼룩의 알의 미토콘드리아까지도 관찰한다.
고성능의 망원경과 현미경의, 투시능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그들의 시력은 그것으로 한계를 보이지 않는다. 
3차원의 시상체를 1차원으로 분해하여 이해하는가 하면, 초속 수킬로의 순간 이동체라도 그들의 망막에는 슬로우 모션으로 투영될 뿐이다. 
 
그들은 인간과 흡사하나, 눈이 유난히 크고 깊은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의 시력은 상상을 뛰어 넘는 능력이었다. 
 
그 행성에 도착해서 경탄해마지 않을 일은 그들의 놀라운 심미안이다.
그들 세계에서의 무지개는 7가지 색깔이 아니다. 
그들이 볼 수 있는 색상은 가시광선을 몇 배 뛰어넘는 것이라서, 말하자면 색깔 몇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우리가 장작불빛을 몇 가지 색깔로 구분할 수 있을까? 
플라즈마라는 현상으로 작용되는 불이라는 존재 속에 몇 가지의 색깔이 포함되어 있는가는 그들의 눈으로는 의문이 아니다. 
무지개에서 17가지 자외선과 적외선을 구별해 내는 그들의 세계에서 우주는 이른바, 색의 예술품이고 조화로운 빛의 존재 그것이었다. 
 
그들의 심미안은 그들의 환경 속에서 아무리 작은 부수물이라도 예술의 지경으로 장식하는 놀라운 아름다움으로 존재하게 한다. 
그 경이로운 예술적 환경물과 구조물.
 
이런 시각능력 덕분에 그들의 삶은 지극히 편리하고 아름다웠다. 
광학, 영상기계는 말할 것도 없이 그들이 만들어 내는 기계는 관찰에 의해 얻어진 원리와 응용으로 이루어진 초고도의 성능을 가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는 고요했다.
그들에게는 귀가 없었다.
 
듣는다는 개념은 초능력이라고 느껴지는 종류의 감각이었다. 
영적인 세계에서나 체험할 수 있을까? 
그들은 청각능력 아니, 그 개념조차 전혀 없는 생물체였다.
들리지 않아 불편하다는 느낌은 뛰어난 상상력의 소산에 불과했다.
그들은 볼 뿐, 들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 곳은 빛의 행성이었다. 
 
3.
 
얼마나 오래전 부터였을까. 
그들이 관찰해 왔던 인근 행성에, 전혀 비과학적인 생명체가 살고 있어 언젠가는 탐사해 볼 것이라는 구상을 잊지 않고 살아온 것이···
 
그 행성은 무질서 그 자체처럼 보이는 미개한 문명이었다.
빛도 색깔도 형체도 없이 그저 암흑뿐이어서 저 행성의 생명체는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 관찰조차 쉽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들의 세상에도 매일 같이 변화는 감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암흑 속에서도 생명체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동시에 그들의 환경도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음이 관찰되고 있었다. 
 
아무튼 그곳에 무언가가 살아 있었다···
 
4.
 
그 곳···
 
암흑 속에서 움직임이 있는 그 행성에는 무엇이 있는가? 
놀랍게도 그 곳에도 경이로운 문명이 있었다.
 
그들은 볼 수 없는 생명체였다. 귀의 청각만이 있는 생명체였다. 
 
그들은 청각으로 정확히 거리를 잴 수 있다.
수 킬로미터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말하자면 인간에게는 청진기로나 들을 수 있는 미세음파도 그들의 고막은 실수없이 감지한다. 
그들의 촉각 또한 청각기능과 비례하여 진화되어 있었다. 
 
듣고, 만지면서 그들은 어떠한 일도 해낼 수 있었다. 
어떠한 물체도 자체적으로 내는 음파와 두드려서 나오는 소리로 파악했고, 그 원리를 기계적으로 응용하였다.
 
눈과 시각이라는 개념이 없으니, 그들 세계는 깜깜했다. 
하지만 빛이 필요없는 암흑에서 불편함이란 없었다. 
 
인간과 같은 형상이로되, 눈은 없고 귀가 크고 깊은 그들의 모습이 상상되는가?
 
그 곳은 소리의 행성이었다.
 
그들 세계에 들어서서 들을 수 있는 그 경탄스런 다양한 소리는 이 우주 어디에서도 비견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상징된다.
초음파까지도 들을 수 있는 그들에게 음악은 예술이전에 생존의 목적이었다. 우주 안에서 발생하는 수없는 음파나 전자파도 그들에게는 기막히게 중요한 들리는 정보였다. 
 
생활 속의 모든 소리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시켜, 소음이라고 분류되는 소리는 이 세계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죄악이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소리로 그들은 생을 행복으로 충만시키며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발견되는 놀라운 또 하나의 경이는 언어였다.
어휘적 표현으로 그들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다. 
보이지 않는 그들이, 말로 전달하는 소통의 정확성과 속도. 
 
그들의 언어에는 운률이 고려되어 그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있다고 여겨질 것이다. 
 
암흑 속에서···
 
5.
 
몇 만년이 흘렀을까.
운명이 날이 닥쳤다. 
 
수 만년을 진화해 온 빛의 행성사람들은 암흑의 행성을 탐사, 라기보다는 정복하기 위해 발진하였다. 최첨단 영상과 광학장비로 무장하고 암흑의 행성으로 출발하였다.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기준으로 볼 때, 그곳이 원시문명일 것이라는 추측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정교한 레이더 장치로 반사되는 그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그들은 암흑의 행성으로 접근해 갔다.
가시범위에 암흑의 행성이 포착되자, 그들은 착륙준비를 서둘렀다. 
 
이때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암흑의 세계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기체계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장비가 정확히 그들을 향해 초점을 맞추며 정조준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서로가 접촉 가능한 거리에 근접했을 때, 빛과 소리의 행성, 양쪽의 무기가 작렬하기 시작했다.
 
피차가 놀라운 조우였다. 
 
빛의 행성인들은 암흑의 세계에서 정확히 자기들을 조준한 포격이 있다는 사실에 뒤집어지게 놀랐고, 소리의 행성인들은 어떤 물체들이 들리지 않는 머나먼 거리에서 정확히 자기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까무러치게 놀랐다. 
 
양측의 포격은 상호 적중했다.
 
빛의 행성인들은 암흑의 행성에 요란하게 착륙했다. 
디자인도 색깔도 형상도, 아무런 질서도 없는 암흑의 별에서, 그들은 큰 눈을 둥그렇게 뜨고 미세하게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했다. 
 
소리의 행성인들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소리들을 경청했다. 
기습당한 입장에서 소리의 의미를 파악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악의적인 소리에 대해 모두 공격했다. 
 
하지만 시차가 있었다. 
눈의 인간들은 보이는 대로 공격하고, 귀의 인간들은 들리는 대로 방어했지만, 기습과 방어라는 시차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소리의 행성이 궤멸되기 시작하였다. 
엄청난 굉음을 내며 정확히 표적을 명중시키는 그들의 공격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위협이었다. 
소리의 행성인들은 장거리 공격에 전혀 무력했다. 
청각의 사람들은 대책이 서질 않았다. 
 
시각의 사람들은 굳이 숨어서 공격할 필요조차 없다는 사실을 서서히꺠닫게 되었다. 공격은 더 쉬워졌다. 
점점 청각의 세계는 시각의 세계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빛의 행성인에게도 애로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빛이 전혀 없는 세계에서 시각이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소리의 행성을 장악하기 시작하였지만, 그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여전히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 있었다. 
 
발견하기 전에 발각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시각의 행성인은 그들 스스로 내는 소리에 무감각했던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무기가 엄청난 소리를 내고 있고, 대화를 통한 통신이 없어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 길이 없었다. 
 
반면에 청각의 행성인들은 기민한 통신과, 청각을 통한 공교한 탐지 장비가 있었다. 
반격의 기제였다. 
 
6.
 
그들 세계 차원 속의 시간이 흘러갔다. 
전쟁이 양상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우세를 보였던 시각인들이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관찰되지 않는 지하로부터 갑자기 기습공격이 있곤 하였다. 
들리지 않는 그들에게, 갑자기 들이닥치는 지하 땅굴기습에는 방법이 없었다. 
 
청각인들은 지하가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지하로 숨어들어 시각인들의 위치를 잡아내고 폭파하였다. 
이상스럽게도 아무리 큰 소리로 접근해도 그들은 까맣게 모르는 것이었다. 
땅굴 밑에서 소리를 죽일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시각의 행성인들은 무지하게만 보았던, 이 암흑의 별에 이렇게 무서운 방어력이 있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놀랐다.
 
그들과 접촉해 본 시각의 사람들은, 눈이 없이 얼굴 옆에 붙어있는 커다란 무엇으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그들의 능력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들만의 교신 방법으로 기민하게 협동하는 그들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들이 알 수 없는 초능력이 그들에게 있다고 생각되었다.
점점 희망을 잃어갔다. 
 
소리의 행성인들은 빛의 행성인들을 만나면서, 자기들에게 전혀 들리지 않는 방법으로 교신하고 있는 그들의 능력을 파악할 수 없었다.  신비스럽고 무서웠다. 
공격에 관한 한, 그 정확성에 소리의 행성인들은 혀를 내둘렀다.
자신들을 초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공격은 일진일퇴를 거듭하였다. 전쟁은 끝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
 
양측이 공격을 멈추었다.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었다. 
서로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서서히 포성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멈추어졌다.
그들 상호 간에 어떠한 소통의 방법도 있을 수 없었다. 
 
시각의 세계인들이 침묵 속에 조용히 철수를 시작하였다. 
청각의 세계인들은 단지 듣고 있을 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암흑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는 서로 조용히 물러섰다. 
 
7.
 
기적적인 진화의 역사는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시각의 행성인들이 면밀히 관찰한 바에 의하면, 자신들이 먼저 공격한 암흑인들에게는 초능력이 있었지만, 그들에게도 자신들과 비슷한 DNA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청각의 행성인들도 긴밀히 탐색한 바에 의하여 마찬가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들 상호간에 우주의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각각 다른 DNA와 상호 공통된 DNA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상대방의 초능력의 비밀을 서로 알고 싶었고, 그 초능력을 서로 보유하고 싶었다. 
 
이번에도 역시 빛의 세계에서 먼저 결단을 내렸다. 
많은 시각의 사람들을 청각의 세계에 파견하였다. 
 
소리의 세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손뼉을 치며 청각인들에게 접근하였다. 청각의 인간들이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수소리를 내며 접근하는 시각인들을, 청각인들은 함께 박수를 치며 환영하였다.
 
서로를 조심스럽게 관찰하면서 그들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상대방은 내가 가지지 못한 초능력이 있다는 것과, 나는 심각한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서로가 이해했고 또 배려하였다. 
급기야 그들은 서로의 공통의 감각을 찾아내었다. 
 
스킨 쉽이었다.
 
시각인과 청각인들은 서로 손을 잡고 서로의 느낌을 전했다.
통했다! 
촉각만은 동등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급속도로 공통의 언어가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교합이 있게 되었다.
그들 사이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였다.
 
8.
 
2세는 놀라운 생명체였다. 
보고,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생명체였다.
2세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였다.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본다.
듣는다. 
그들은 2세를 통해 이 능력의 효능을 더욱 더 이해했다. 
 
2세는 보고 듣는 개별능력은 부모보다 현저하게 떨어졌지만, 두 개의 능력을 미흡하나마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부모세대는 두 기능의 동시 가동 능력을 가진 2세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다. 
 
시각과 청각의 부모는 새로 탄생한 2세에게, 2세끼리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
 
아름다운 빛과 색깔, 그리고 듣기 좋은 소리가 공존하는 세상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동시에 촉감을 통해 서로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감각도 선사해 주었다. 
2세들의 행복한 이주가 시작되었다. 
푸르른 빛과 아름다운 선율과 사랑의 손길이 있는 곳.
 
지구로의 이주였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11/20 [15:06]   ⓒ 대전타임즈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